Digital Literacy2008. 8. 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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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아버님을 아버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하는 귀절이 생각나는 2008년 8월 한여름이다.
바늘구멍같은 인천여중 관문을 1968년 통과하여 어린마음에도 감격스러웠던 그 캠퍼스에서,
초상권 관계없다며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는  그 옛날  나처럼 생긴 두 여학생을 렌즈에 담고,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 가는 시간을 쪼개어 고무줄 놀이를 하던 공간을 거쳐 
수강생들(동문)이 있는 컴퓨터 교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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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함은 그 어떤 분야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힘이 들겠지만
연령이 높은 일반인 대상 컴퓨터 교육은 학생이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보다
더 많은 세심함과 인내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말의 속도를 늦추어야하고,
보다 쉬운 단어를 선택하여 설명해야 하고
한가지 사실에 대해 똑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해서 이해 시켜야 하고
분명히 배운 내용을 금시초문이라고 할 때는 마그마처럼 솟아오르는 그 무엇을 인내해야만 하고
조금이라도 이론이 길어진다 싶으면 눈을 감고 졸기 때문에 적절한 집중을 유도하기 위한 쇼맨쉽도 강사에겐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는 자신이 있는 강의였으나
똘망똘망한 눈빛의 수강생들은  나에게  선생님, 선배님이기에 앞서
하나의 지식이라도 나의 머리에서 앗아가려는 열정어린 학생들이었으며
따라서 말한마디, 몸짓하나, 표정관리 등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독일태생 시인 사무엘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일정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린 16세는 80의 육체적 노인과 같으며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정열과 끝없는 탐구심에 차있는 사람이  바로 곧 16세의 청춘이다(의역)
라고 하는 귀절을 인용해 써보면
우리 동문님들 모두 16세 청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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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인일 홈페이지를  만들당시 홈페이지를 빨리 활성화시켜
경기여고동창회에서 이미 시행되어지고 있는 동문정보화교육의 한 장을 동창회에 건의하여 운영하고 싶었었다.
2004년 정보위원회 회칙제정시 정보위원회는 동문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
는 항목을 넣어 통과시켰으나
2008년에 와서 비로소
교육이 실행되었으니 연단에서 강의하는 본인의 느낌은 일반적인 강의와 달리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8월 1일 홈페이지 5주년을 맞는 소회도 남달랐지만
내년이면 헐려 사라질 모교인 인일여고 교실에서 동문들을 대상으로 동문정보화를 위한 컴퓨터교육의 첫 장은
어쩌면 내 인생에 또 다른 의미로 오래 기억되어지지 않겠나 싶다.

강사나 수강생이나
모교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교실이 모두 흥분된 만남의 장이었다.
학교 시절처럼 반장도 선출되었고,
나에겐 지엄하신 고교시절 선생님을 감히 손들고 벌을 세웠으니
컴퓨터교실 추억만들기에 커다란 역활을 해주신 이미자 무용선생님께 우리 모두는 감사한 마음이다.
체벌의 효과(?)는 엄청나서 이미자선생님은 너무너무 열심이 수업에 임하셨고 그것은 이 곳에 가면 확인할 수있다.

둘째날은 조금 일찍가서 곧 사라져 버릴  공간들을 몇컷 담았다.
분수는 흙으로 메꾸어져 있었고, 운동장은 포크레인이 열심히 땅을 고르고 뻘건 흙들이 파헤쳐져 있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언제까지 추억과 과거만 끌어안고 살 수없을 것이고
새로운 인일의 역사를 세우기 위한 작업으로서 털어버릴 것은 미련없이 버려야한다고 마음을 위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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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들 앞에서 진행하는 강의라 긴장한 탓인지
에어컨이 잘 작동되는 교실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한여름 등에서 흐르는 땀의 분량만큼
내 마음은 동문들과의 추억 만들기로 흠씬 젖어들어가고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가 되어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선배님을 선배님이라 부르지 못할 지라도 말이다.



 




Posted by @buza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