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WebTalk2008. 2. 10. 18:19
한겨레] 주부들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뜨고 있다. 주부는 가정의 시이오(CEO)라며 ‘주부 이력서’를 쓰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착한 여자 대신 당당한 여자가 되라” “이제 도마 대신 노트북을 두들겨라”고 외친다. 남편과 아이들의 꿈만 이뤄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꿈과 소중함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아줌마 자기계발서’ 출판 흐름은 이제 시작이다. <원더풀 라이프-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위한 희망 보고서> <아줌마 리더십>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당당한 아줌마로 거듭나라> 등이 지난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올해 초 한때 교보문고 기준 비소설분야 6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여성용 자기 계발서는 주로 20~30대 직장여성을 위한 것이었다. 전업주부를 위한 책들은 본인보다는 주로 자식을 어떻게 뒷바라지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그렇지 않으면 몇몇 유명한 여성들의 성공담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에 가까웠다.

한국여성정책개발원의 이미정 연구위원은 “60대가 더 이상 할머니가 아닌 시대다.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일과 결혼을 동시에 선택하는 게 불가능했던 지금의 40~50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시기”라며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아줌마를 겨냥한 자기계발서 출판 흐름은, 달라진 시대상과도 맞물려 있다. 중년인 40~50대는 더 이상 노년기를 준비하는 안정적인 징검다리가 아니다. 노후대책도 세우지 못했는데, 남편은 일찍 은퇴하고 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한다. 전업주부였던 여성들은 생계부양자로서의 위치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원더풀 라이프…>의 저자인 소광숙씨는 “40대쯤 되면 경제적·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될 시기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심리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겪는 시기”라고 말한다. “중년 여성에게는 삶과 나이듦에 대한 대안이 될 역할 모델이 없고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요. ‘중년의 사춘기’를 맞아 중년의 욕구를 읽어주는 책들이 호응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 들여다보니

■ 가계부가 아니라 시이오 다이어리를 써라

이러한 책들은 아줌마는 ‘한 가정의 경영자’라는 공통된 시각을 담고 있다. 희생정신에 입각한 리더십, 철저한 재무관리, 성별·나이·취미도 각기 다른 다양한 가족으로부터의 요구를 듣고 각자에게 적합한 가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답게 행동하자고 말한다.

■ 주부도 퇴근 시간을 가져라

주부도 퇴근 시간을 정하고, 가게 문 닫듯이 문을 닫아야 한다. 가정은 남편이나 자녀에게는 휴식의 장소이지만, 아줌마들의 입장에서는 가사노동의 장소다. 퇴근 없이 24시간 노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부가 24시간 편의점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가정 안에서도 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들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고, 남편도 아이숙제를 함께 봐주거나 집안일을 하게끔 하라.

■ 하루에 한 시간씩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라

주부에게는 24시간 중 몇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위임과 양도로 살림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필요가 있다. 자기계발에 들이는 돈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필요없는 낭비를 줄이는 대신 적절한 소비로 더 중요한 일을 위해 투자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 남편과 아이에게 노후에 기대지 말라

아줌마 자기계발서는 하나같이 경제력을 강조한다. ‘연금보험이 열 아들 안 부럽다’며 노후 재테크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취업준비에는 경력개발도 필수다. 경력단절 주부층을 위한 정부기관 취업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 집안일은 요일별로 몰아서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다. 밑반찬 만들기는 화요일, 빨래는 수요일, 장보기는 목요일, 다림질은 금요일 등으로 정하고 몰아서 하는 습관을 들인다. 냉장고 문에 항상 메모지를 붙여두고 살 것을 적어두면, 시간도 절약되고 충동구매도 줄일 수 있다. 걸레는 한꺼번에 모아서 세탁기로 돌린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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