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WebTalk2006. 12. 4. 18:09

‘제3기 인생 대학’을 시작하자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3기 인생 또는 제3인생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아니다. 더구나 제3기 인생 대학이라는 말은 더욱 생소한 말일지도 모른다. 제3기 인생을 영어로는 ‘더 서드 에이지’(The Third Age)라고 한다.

제3기 인생이라는 말은 1960년대 초 프랑스에서 퇴직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고, 1968년 처음으로 제3기 인생 대학(The University of Third Age)이 설립된 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9년에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 박사가 ‘신선한 인생 지도’(A Fresh Map of Life)라는 책에서 제3기 인생을 이론적으로 정리해 발표한 이후 선진국에서 널리 알려졌다.
라스렛 박사는 ‘신선한 인생지도’라는 책에서 전체 인생을 제1기 인생(출생~취업 전), 제2기 인생(취업~퇴직 전), 제3기 인생(퇴직~건강에 문제가 생겨 활동하기 어려운 시기 전), 제4기 인생(인생의 마지막 단계로 사망 전 건강에 문제가 생겨 활동하기 어려운 시기)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각기 인생의 핵심적 활동의 의미를 제1기 인생에서는 의존과 사회화와 교육, 2기 인생에서는 성숙·독립·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 제3기 인생에서는 자기 성취, 제4기 인생에서는 의존과 노쇠라고 했다.

유럽에서 제3기 인생이라 하면 바로 라스렛 박사가 말한 것처럼 퇴직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이고 인생에서 자기 성취를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의미다.

이와는 조금 달리 최근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새들러 교수가 쓴 책 ‘제3기 인생’(The Third Age)에서는 제3기 인생을 40세 이후 70세까지의 기간으로 인생의 새로운 성장 시기로 보는 경우도 있다.

제3기 인생 대학은 유럽에서 말하는 제3기 인생과 연결된 말이다. 제3기 인생 대학(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 약자로 ‘U3A’라고도 함)은 제3기 인생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학 교육수준의 폭 넓은 일반교양 지식을 제공해 인생의 자기 성취를 도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노령기에 있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지 못한 우리나라에는 아직 맞지 않는 시기상조의 이야기라 할 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모든 노령기 사람들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또는 그 이상의 교육을 받고 노령기에 더 배우고 싶어 하며, 보다 폭 넓은 교양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

11월 16일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68세와 78세 고령자가 응시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며, ‘정말 장하고 배움은 언제라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또 이는 연세 드신 분들에게도 도전할 마음이 생기게 하는 신선한 자극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결코 별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한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노년학 연구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제3기 인생 대학은 대체로 선진국에서 2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프랑스 모델이고 하나는 영국 모델이다.

프랑스 모델은 대학에서 특별히 퇴직인들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으로 대학교 교수들이 강의를 담당하고 퇴직인들이 등록해 대학생들처럼 수강하는 방식이다. 등록금은 부담이 크게 안 될 정도로 싸며, 대학이 지역사회 서비스 차원에서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모델은 새롭고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원하는 퇴직인들이 스스로 모여 일종의 클럽이나 단체를 지역별로 소규모 또는 대규모로 만든 것이다. 그 회원들 중에 강사가 나와서 일정한 장소에서 다양한 과목을 강의하고 다른 회원은 수강학생이 되는 방식이다.

퇴직자들 중에 대학교수도 있고 회사 사장, 공무원 등 사회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강사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강사로 선정된 사람은 열심히 준비해 가르치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스런 교육이 되고 있다. 

강사는 강사료를 받는 경우는 별로 없고 오히려 회비를 더 내는 경우가 많으며, 회원은 큰 부담이 안 될 정도의 회비를 내는 것으로 수강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 편이다.

제3기 인생 대학에서는 각 운영주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양하고 흥미로운 강의를 매일 제공할 수 있고 수강자는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노인교실·노인학교·노인대학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퇴직인들을 위해 대학이나 노인지도자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으로 보아 충분히 할 수 있는 대학이나 단체들이 상당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이나 지역사회 복지단체, 사회봉사단체, 기업 등에서 약간의 운영비와 장소 정도만 제공해 주면 프랑스나 영국처럼 큰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전체를 통해 배우는 모습과 그 배움을 통해 제3기 인생을 자기 성취의 시기로 만드는 모습은 고령화사회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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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uza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