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비공개)2007. 4. 12. 18:32

'다른 나라 은행, 언제 끝나나요?'

지난 9일 ‘한글로’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Blog)에 독특한 제안을 했다. 금융노조가 은행 영업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그는 네티즌들에게 외국 은행들의 영업마감시간 현황을 확인해 알려달라는 ‘댓글 취재’를 제안한 것.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단축의 당위성으로 일본·캐나다(오후 3시 마감), 영국(오후 3시 30분 마감)의 사례를 들었지만, 선진국 중 우리나라보다 은행영업시간이 짧은 나라는 일본뿐이라는 네티즌들의 ‘현장 보고’가 쇄도했다.

지난 1월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도 블로거(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댓글 취재를 통해 전국 대학의 등록금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블로그 세상에서는 특정한 이슈에 대한 댓글 형식의 취재, 즉 ‘트랙백’(Trackback)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위 두 사례는 블로그가 트랙백을 통해 세계 최대의 취재 네크워크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1인 미디어’라고 불리는 블로그가 태어난 지 10년을 맞았다. 블로그는 인터넷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매스미디어에서 뉴스 소비자로 흐르던 정보 유통의 방향에도 일대 변화를 몰고오는 등 세상을 바꾸고 있다.

블로그는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일지'(日誌)를 뜻하는 '로그'(log)를 합성한 말. 1997년 4월 미국 뉴욕의 데이브 와이너가 만든 스크립팅 뉴스가 블로그의 효시로 꼽힌다. 데이브 와이너가 만든 블로그는 웹 목록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렇듯 블로그는 시작이 미약했지만 결국에는 창대해졌다.

최신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는 7천여만 개의 블로그가 존재하며 매일 150만 개의 새 글이 블로그에 실린다. 블로그의 개수는 5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블로그는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등 큰 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살람 팍스라는 이름의 블로거는 이라크 전쟁의 와중에서 생생한 바그다드의 일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전세계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시민 저널리즘, 개인 저널리즘으로 영역을 굳히고 있다. 2005년 런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당시 한 블로그에는 불에 탄 버스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으로 블로그 운영자는 시민 저널리즘상을 받았고, 정치와 관련된 글을 많이 쓴 미국의 한 블로거는 백악관 출입기자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블로그

1999년 한국에서는 싸이월드(www.cyworld.com)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1년 9월 싸이월드는 자신들의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의 의식과 생활 패턴을 바꿔놨다. 여기에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포털 사이트들이 잇따라 블로그 서비스에 가세하면서 블로그는 급속도로 대중화됐다.

2001년 12월에는 최초의 블로그 사용자 모임인 웹로그인코리아(http://www.wik.ne.kr)가 생겼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06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39.6%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의 블로그 사용빈도는 영국·프랑스·미국인들보다 높다. 한국인 중 43%가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블로그를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블로그 세상을 바꾼다

대부분의 블로그는 마치 온라인 일기장 같다. 개인적인 단상과 느낌, 정보 등을 웹에 게시하고 다른 블로거들과 공유한다. 블로그들은 모여서 블로그 세상, 즉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를 창조해낸다.

최근에는 전문가 뺨치는 지식과 정보 취재 능력으로 무장한 '파워 블로거'와 전업 블로거들이 등장하면서 매스미디어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스타 블로거들의 글은 네티즌들의 '스크랩' 또는 '펌질'을 통해 인터넷으로 확산돼 웬만한 특종 기사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몇몇 국내 기업은 스타급 블로거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으며, 자사에 비판적인 글이 올라오는 블로그 글을 모니터링해 필요시 정정 및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IT컬럼니스트인 김중태 씨는 블로그로 인해 변화되는 인터넷 모습에 대해 ▷정보 지배 구조의 불평등 개선 ▷개인 기록과 공유 정보 증가 ▷수평적 공동체 형성 증가를 꼽았다.

◆블로그, 해결 과제는?

블로그 문화의 이면에는 쓰레기 정보의 양산과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여론 조작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국내 포털들이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들 중 대부분은 온라인 일기장 정도 수준의 일상적인 콘텐츠로 메워지고 있다. 싸이월드의 일촌 개념에서 알 수 있듯 포털들이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네티즌들의 관계 지향성에 집착하는 마케팅 형태를 띠고 있다.

블로그 콘텐츠에 신뢰성에 대한 담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미국·일본·프랑스와 비교할 때 국내 블로그에는 전문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키워드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커뮤니티나 사회적 네트워크로서의 모든 블로그를 일컫는 합성 신조어. 우리말로는 '블로그 세상'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블로그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며 다른 블로그를 읽고 링크하며, 댓글을 단다. 중간에 O자를 빼 '블로그스피어'(Blogsphere)라고 하기도 한다.

트랙백(Trackback)

블로그의 글들을 직접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로 ‘엮인글’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댓글이 100자 이내의 짧은 글인 반면 트랙백은 길이에 제한이 없다. 트랙백을 클릭하면 바로 이 글을 볼 수 있는 블로그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원격 댓글인 트랙백을 통해 블로그들은 특정 이슈나 주제 등에서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영화에서는 대상으로부터 뒤로 물러가면서 하는 이동 촬영 방법을 의미한다.

메타블로그(Metablog)

블로그들을 연결시켜 놓은 일종의 블로그 포털 사이트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결 주소(RSS)를 등록해 놓으면 블로그에 새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메타블로그에는 새글 목록으로 추가된다. 특정 블로그의 인터넷 주소를 알지 못해도 메타블로그를 방문함으로써 여러 블로그의 글을 한 데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메타블로그로 ▷올블로그(http://www.allblog.net) ▷미디어몹(http://www.mediamob.co.kr) ▷블로그코리아(http://www.blogkorea.org) 등이 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블로그 역사

-1997년 4월=미국인 데이브 와이너 블로그 창시

-1998년 8월=블로그 포털 ‘블로거닷컴’ 서비스 개시

-1999년 9월=싸이월드 서비스 시작

-2001년 9월=싸이월드 ‘미니홈피’서비스 시작

-2001년 12월=한국 최초의 블로그 모임 사이트 ‘웹로그인 코리아’ 등장

-2007년 3월=국내 블로그 월간 방문자 3천만 명 돌파

Posted by @buza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