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WebTalk2007. 1. 10. 09:16


▶디지털 시니어 ‘웹버족’이 늘어나고 있다. 웹버족은 인터넷을 통해 블로그, 전자상거래, 사이버 강의까지 이용한다.


 고희를 훌쩍 넘긴 이헌복(72)씨. 전직 교사인 이씨는 ‘디지털 서당의 훈장’이다. 퇴직 이후 동네 사람들에게 정보화 교육 봉사를 하는 것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씨는 개인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며 젊은 네티즌들에게 우리의 전통과 예절을 가르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를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 김정열(66)씨는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전직 문화부 기자 출신인 김씨는 해박한 음악 지식과 취재 뒷얘기를 바탕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이 방송을 듣는 애청자는 3000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디지털 시니어 ‘웹버족’이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다. 웹버(Webver)족이란 말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세대를 지칭하는 ‘실버(silver)족’을 합친 신조어다. 웹버족은 블로그 운영과 전자상거래는 물론 학위 취득까지 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60세 이상 인구 중 인터넷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20.6%로 나타났다. 2005년 12월에 발표한 15.7%에 비해 4.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 추세에 견줘보면 올 1월 현재 인터넷 이용자가 3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이들도 ‘도토리’를 ‘다람쥐 먹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토리는 한 사이트에서 이용되는 사이버 머니를 말한다. 아직도 도토리를 다람쥐 먹이로만 생각하면 구세대로 취급받는다.

시니어 세대들이 도토리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이들도 ‘젊은이만의 것’이라 여겼던 미니홈피와 블로그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고, 그들의 ‘은어’를 익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싸이월드 총 가입자 1946만 명 중 50대 이상 회원이 93만 명”이라고 밝혔다. 50대 이상 회원이 23만 명이었던 2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4배 이상 늘어났다. 싸이월드 측은 “이들 회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되지만 접속 횟수, 자료 업데이트 수준은 20대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회원의 5% 정도. NHN 홍보팀 이경률씨는 “2년 전과 비교해 블로그 회원 수는 약간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접속 빈도도 잦고 활용도도 증가해 블로그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블로그를 하고 있는 윤상분(65)씨는 “하루 한 번 이상씩 꼭 접속해 디 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직접 만든 동영상 등을 올린다”며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접한다는 생각에 아직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웹버족은 인터넷 쇼핑몰의 새로운 수요층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정보문화진흥원이 공동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 400명 중 106명(26.5%)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몇몇 인터넷 쇼핑몰은 이들을 주 타깃으로 한 물품과 코너를 따로 만들 정도. 실제로 온라인 마켓인 옥션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의류점 20곳을 운영 중이다. ‘우스몰’이라는 아줌마 전용 의류를 팔고 있는 지창경(44)씨는 “구매가 편리하고 싼값에 질 좋은 옷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이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옥션에서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주로 구매하는 카테고리는 ‘의류’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패션 잡화, 스포츠·레저 용품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 ‘의류/패션’ 카테고리의 연령대별 구매율을 조사해본 결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해마다 30~100%의 구매 성장률을 보였다.

옥션 최문석 상무는 “인터넷 쇼핑몰에 고령인구 유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편리한 구매 방식이 연령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짜인 웹페이지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들과 달리 직접 웹페이지를 꾸며나가는 시니어 세대들도 있다. 바로 ‘실버넷 뉴스’가 그것. 실버넷 뉴스 소속 기자들은 총 51명이다. 이들 연령은 58세부터 82세까지로 평균 66세다.

2001년부터 실버넷 뉴스 편집국장을 하고 있는 변노수(65)씨는 “유학 간 자녀와 e-메일을 주고받다가 인터넷을 알게 됐다”며 “은퇴 후 한때 우울증을 느꼈지만 이제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빠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유재성 사장은 “시니어 세대들이 인터넷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시니어 정보화는 노인 인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으로 학위 취득을 하고 있는 시니어 세대도 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 같은 경우 전체 정원 6674명 중 40대 이상 학생 수가 1196명이다. 서울사이버대학은 전체 정원 6500명 중 50대 이상 학생 수가 480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하는 사이버대학들에 시니어 학생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시니어 르네상스(Senior Renaissance)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시니어란 ‘50세 이상의 중·고령자’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경제력과 뚜렷한 가치관을 지닌 시니어 세대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부형 연구위원은 “젊은층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인터넷이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도 인터넷 안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비즈니스를 발전시켜야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여대 노년학과 김양이 교수는 “실버 세대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부의 고령친화사업(실버사업) 추진 결과 시니어 세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는 여기에 따른 노인 보호 방안, 피해 때 보상책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Golden WebTal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텔이 끝난단다  (0) 2007.01.27
소이부답(笑而不答)  (0) 2007.01.15
뉴 실버, 베이비부머를 잡아라  (0) 2006.12.10
제3의 인생  (0) 2006.12.04
60세前 해야할…일  (0) 2006.11.22
Posted by @buza19